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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바이블

프랑스의 화이트 와인 1 - 알자스, 루아르 밸리, 보르도

by 노자극 2024. 6. 26.

>> 프랑스 화이트 와인의 기초 상식

 프랑스의 주요 화이트 와안 생산지는 루아르 밸리, 보르도, 부르고뉴, 알자스 이렇게 네 곳이다. 

먼저 프랑스에서 화아트 와인 생산에 주력하는 두 곳, 알자스와 루아르 밸리부터 살펴보자. 알자스와 루아르 밸리, 샤블리(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는 모두 프랑스 북부에 위치해 다른 지역에 비해 생육 기간이 짧고 기온이 낮다. 이런 곳은 청포도 재배에 최적이라 화이트 와인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1. 알자스

 알자스 와인과 독일 와인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따지고 보면 이해가 간다. 알자스 지방이 1871년부터 1919년까지 독일의 영토였을 뿐 아니라 두 지역의 와인 모두 목 부분부터 점차 가늘어지는 기다란 병에 담겨 나오니 헷갈릴 만도 하다. 게다가 알자스와 독일은 재배하는 포도 품종까지 같다. 

 그런데 리슬링을 생각하면 무엇이 연상되는가? 아마 '독일'이나 '달콤함'이라고 답할 것이다. 독일의 양조업자는 발효되지 않은 천연 감미 포도즙을 와인에 소량 첨가하여 독일만의 독특한 리슬링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다. 반면 알자스에서는 와인 양조 시 포도 속의 모든 당분을 남김없이 발효하기 때문에 알자스 와인의 90%는 아주 드라이하다. 알자스 와인과 독일 와인의 또 한 가지 근본적인 차이는 알코올 함량이다. 알자스 와인의 알코올 함량은 11~12%대이지만 독일 와인은 8~9%에 불과하다. 

 알자스에서 재배되는 청포도 품종 가운데 다음의 네 가지는 꼭 알아두어야 한다. 

 

 - 리슬링, 게뷔르츠트라미너, 피누 그리, 피노 블랑

 

알자스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모두 드라이하다. 알자스에서 주로 재배되는 포도는 리슬링인데, 리슬링으로 빚은 와인이야말로 이 지역 최상급 와인으로 꼽힌다. 한편 알자스는 게뷔르츠트라미너 품종의 와인으로 유명하며, 이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우수하다. 이 와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두 가지로, 아주 좋아하거나 아주 질색한다. 스타일이 아주 독특하기 때문인데, '스파이스 spice'를 뜻하는 독일어 '게뷔르츠'가 그 스타일을 잘 대변해 준다. 알자스에서는 피노 블랑과 피노 그리의 재배도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알자스 와인의 품질은 병에 붙은 라벨보다 제조사의 명성에 좌우된다. 알자스 와인은 대부분 라벨 표기 시 제조사에서 선별한 포도 품종을 명칭으로 사용한다. 특정 포도원의 이름이 와인 명칭으로 사용되는 비율은 매우 낮으며 '알자스 그랑 크뤼'가 표시되는 비율은 더더욱 낮다. 게다가 'Reserve'나 'Reserve Personelle'같이 법적 규제를 받지 않는 용어들이 명기된 와인도 더러 있다. 

 

 알자스 와인을 고를 때는 두 가지를 꼭 살펴봐야 한다. 포도 품종과 중간 제조업자의 명성 및 스타일이다. 가장 신뢰할 만한 제조사 몇 곳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도멘 돕프오믈랭, 도멘 레옹 베예, 도멘 마르셀 다이스, 도멘 바인바르, 도멘 진트 훔브레히트, 도멘 트림바흐, 도멘 휘젤 에 피스

 

 알자스의 경작주 대다수는 재배량이 많지 않아 자체적으로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기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 그래서 경작주가 재배한 포도를 제조사에게 팔면 이 업자들이 와인을 양조하고 병입 하여 자사의 명칭을 달아 판매한다. 따라서 상급 알자스 와인을 만드는 기술은 각 제조사의 포도 선별 능력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알자스 와인은 단기간에 마셔야 한다. 병입 된 지 1~5년 안에 먹는 것이 좋다. 우수 와인 생산자들이 그렇듯 알자스 역시 전체 생산 와인 중  10년 이상 숙성시켜도 좋은 상급 와인의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2. 루아르 밸리

 루아르 밸리는 대서양 연안의 난트부터 루아르강을 따라 970km쯤 뻗어 있다. 

이 지역의 화이트 와인용  포도 품종 중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소비뇽 블랑과 슈냉 블랑이다. 

 루아르 밸리에서 생산되는 AOC 와인의 50% 이상이 화이트 와인이며 그중 96%는 드라이하다. 루아르 밸리의 와인은 알자스와 달리 포도 품종과 제조사보다 스타일과 빈티지를 보고 골라야 한다. 루아르 밸리 와인의 주요 스타일은 다음과 같다. 

 

 뮈스카데

라이트하고 드라이한 와인으로, 100% 쇼비뇽 블랑 포도로 만든다. 뮈스카데 와인 라벨에 '쉬를 리'라는 문구가 보이면 그 와인이 발효 후에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앙금(침전물)과 함께 최소한 한철을 겨울 동안 숙성되었다는 의미다. 

 

푸이 퓌메

루아르 밸리 와인 중 가장 높은 바디와 농도를 지닌 드라이 와인으로, 100% 쇼비뇽 블랑으로 만든다. 푸이 퓌메만의 독특한 노즈는 쇼비뇽 블랑 포도와 루아르 밸리의 토양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결과물이다. 

 

상세르

풀 바디의 푸이 퓌메와 라이트 바디의 뮈스카데 중간쯤 되는 밸런스로, 100% 쇼비뇽 블랑으로 만든다. 

 

부브레

'카벨레온'같은 매력을 띠는 와인으로 드라이하거나 약간 달콤하거나 달콤한 맛을 다채롭게 선사해 준다. 100% 슈냉 블랑으로 만든다. 

 

푸이 퓌메라고 하면 연기에 쏘인 훈연 와인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퓌메'라는 단어에서 연기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그중 두 가지 설은 아침에 이 지역을 덮는 뿌연 안개와 관련이 있다. 햇빛이 내리쬐어 안개가 증발할 때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여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안개가 쇼비뇽 블랑 포도에 핀 '연기 모양'의 꽃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견해도 있다. 

 루아르 밸리의 화이트 와인은 그 품질과 다양성이 매우 뛰어나다. 

40년 전에 루아르 밸리 와인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와인이 푸이 퓌메였다면, 최근에는 상세르가 더 인기가 좋다. 두 와인 모두 같은 품종, 즉 쇼비뇽 블랑 100%로 빚어지며 둘 다 미디엄 바디에 신맛과 과일맛의 밸런스가 뛰어나고 식사용 와인으로 이상적이다. 뮈스카데도 현재까지 여전히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고 있으며, 부브레 역시 슈냉 블랑 포도로 빚어낼 수 있는 최고의 품질의 모범을 보여준다. 루아르 밸리의 화이트 와인은 스타일과 특성에서 꾸준히 일관성을 지켜오는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3. 보르도

 사람들은 보르도 하면 레드 와인만 떠올리는데, 이는 오해다. 보르도의 대표적인 다섯 지역 중 두 곳인 그라브와 소테른은 훌륭한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특히 소테른은 달콤한 화이트 와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이 있다. 두 지역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용 포도 품종은 세미용과 쇼비뇽 블랑이다. 

 

그라브 지역

 지명 '그라브'는 '자갈'이라는 뜻으로, 그만큼 이곳 토양에는 자갈이 많다. 그라브의 화이트 와인은 그라브, 페삭 레오냥 두 가지 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라브 와인의 가장 기본 등급은 '그라브'라는 지역명이 붙는 와인으로 소테른 외곽 지대인 그라브 남부가 그 생산지이다. 한편 그라브의 최상급 와인 생산지는 페삭 레오냥으로 대개 보르도 인근인 그라브 북부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최상급 와인들은 특정 샤토의 이름, 즉 최상급 포도를 생산해 내는 특정 포도원의 이름이 와인명이 된다. 이들 와인의 양조에 쓰이는 포도는 더 좋은 토양과 더 좋은 재배 조건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라브의 와안은 샤토 와인이나 지역명 와인 모두 드라이하다. 

다음은 등급이 지정된 샤토들이다. 

 - 도멘 드 슈발리에, 샤토 라 루비에르, 샤토 라 투르 마르티야크, 샤토 라비유 오 브리몽, 샤토 말라르틱 라그라비에르, 샤토 부스코,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샤토 오 브리몽, 샤토 올리비에, 샤토 카르보니외, 샤토 쿠앵 뤼르통

 

 과거에만 해도 보르도의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은 뛰어난 샤토급 레드 와인과 소테른의 달콤한 화이트 와인에 필적하지 못했다. 그런데 40년 사이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최신식 와인 양조 설비가 갖추어졌고, 새로운 포도원 관리법으로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으며, 특히 페삭 레오냥에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세계적으로 드문 경우지만, 이곳에서는 쇼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섞어서 오크통에 숙성시키고 있다. 이곳의 와인 메이커들은 와인의 신선함과 상큼함을 지키기 위해 과일과 오크통의 풍미를 균형 잡는 데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왔다. 게다가 최근에 뛰어난 빈티지들이 이어져오기도 했다. 

소테른, 바르삭

 소테른은 예외 없이 달콤하다. 다시 말해 발효 시 포도당을 전부 알코올로 변환시키지 않는다는 얘기다. 프랑스 소테른 치고 드라이한 와인은 하나도 없다. 소테른에 인접한 지역인 바르삭은 와인명으로 바르삭이나 소테른 중 하나를 골라 사용한다. 소테른의 주요 포도 품종은 세미용과 쇼비뇽 블랑 두 가지다. 

 소테른은 달콤한 와인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로 꼽히는 생산지다. 이례적으로 뛰어난 빈티지인 2009, 2011, 2014, 2015년 산을 최고의 제조사에서 만든 제품으로 산다면 뛰어난 소테른 지역 와인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소테른의 등급 분류는 다음과 같다. 

특등급 그랑 프리미에 크뤼 샤토 디캠
1등급 프리미에 크뤼 샤토 기로, 샤토 드 레인비뇨, 샤토 라 투르 블랑슈
샤토 라보 프로미, 샤토 라포리 페라게, 샤토 리외섹
샤토 쉬뒤로, 샤토 시길라 라보, 샤토 쿠테
샤토 클로 오 페라게, 샤토 클리망
2등급 되지엠 크뤼 샤토 네락, 샤토 다르슈, 샤토 드 말르
샤토 드와지 다엔, 샤토 드와지 뒤브로카, 샤토 드와지 베드린
샤토 라모트, 샤토 라모트 기냐르, 샤토 로메 뒤 아요
샤토 미라, 샤토 브루스테, 샤토 쉬오
샤토 카이유, 샤토 필로

 

드라이한 그라브와 달콤한 소테른은 같은 포도로 만드는 데도 왜 스타일의 차이가 생기는 걸까? 소테른을 만드는 와인 메이커는 포도를 좀 더 늦게 딴다. 보트리티스 시네레아(귀부병)라는 곰팡이가 생기길 기다렸다 수확하는 것이다. 귀부병에 걸린 포도는 수분이 증발하면서 쪼그라들고 이렇기 '건포도화'되면 당분이 응축된다. 게다가 와인 양조 과정에서 모든 당분을 알코올로 발효시키지 않으면 잔당도 많이 남게 된다.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은 알아두어야 할 점이 많으므로 뒤에 따로 얘기토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