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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바이블

부르고뉴와 론 밸리의 레드 와인

by 노자극 2024. 6. 23.

 

>>부르고뉴 레드 와인의 기초 상식

부르고뉴는 공부하기가 어렵기로 손꼽히는 분야다. 부르고뉴를 공부하다 보면 뭐가 뭔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부르고뉴는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모든 포도원이 작은 구획씩 매각되었고 나폴레옹 법전에서 자녀들에게 균등 상속을 명하는 법을 만들도록 규정함에 따라 포도원의 세분화가 더욱 조장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부르고뉴에는 포도원과 마을이 정말 많은데 그중엔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다. 부르고뉴 와인의 전문가가 되려면 1000개 이상의 이름과 110개 이상의 아펠라시옹 (지역 명칭) 외워야 하지만 15~20개의 명칭만 알아두어도 무난하다.

 부르고뉴 레드 와인의 주요 생산지는 보졸레, 코트 도르 (코트 드 뉘, 코트 드 본), 코트 샬로네즈 이 세 곳이다.

 주요 포도 품종은 가메와 피노 누아이다.

 AOC 법에 따라 부르고뉴의 레드 와인은 반드시 피노 누아를 원료로 써야 한다. 단, 보졸레만은 예외가 적용되어 가메로 와인을 만든다. 

 

1. 보졸레

 100% 가메 포도로 만드는 보졸레는 산뜻하면서 과일 풍미가 풍부하다. 어릴 때 마시는 것이 좋으며, 차갑게 마셔도 좋다. 가격대는 품질 등급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부분 8~20달러다. 보졸레는 미국에서 부르고뉴 와인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인데 아마도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는 데다 마시기 편하고 가격도 아주 저렴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보졸레 와인의 등급은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 보졸레 : 보졸레 와인 대부분이 이 기본 등급에 속한다.

 - 보졸레 빌라주 : 이 등급은 보졸레의 특정 마을에서 만든 와인이다. 보졸레에는 꾸준히 상급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 35곳이 있다. 보졸레 빌라주급은 대부분 이 마을에서 생산된 와인들의 블렌딩이다. 그래서 보통은 라벨에 특정 마을 이름이 명시되지 않는다. 

 - 크뤼 : 보졸레 와인 중 최상급으로, 생산 마을 이름이 와인명이 된다.

크뤼급 마을은 다음의 10곳이다.

 

레니에, 모르공, 물랭 아 방, 브루이, 생타무르, 쉐나, 시루불, 줄리에나, 코트 드 브루이, 플뢰리

 

 보졸레의 적절한 보관 기간은 등급과 빈티지에 따라 다르다. 보졸레급과 보졸레 빌라주급은 1~3년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크뤼급은 더 복잡하기 때문에 과일 풍미와 탄닌이 더 풍부해서 그보다 더 오래 보관해도 된다. 10년 이상 지나도 여전히 풍미를 잃지 않는 크뤼급 보졸레도 극히 드물게 있다. 

 

보졸레 누보

보졸레 누보는 기존 보졸레보다 더 라이트하고 과일 풍미가 풍부하다. 말뜻 그대로 이 '햇' 보졸레는 수확에서 발효, 병입 후 매장 시판까지의 전 과정이 몇 주 안에 이뤄져서 와인 메이커에게 거의 즉각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효자 상품이다. 그런가 하면 예고편 영화 같은 역할도 해주어 다가올 봄에 출시될 그해 빈티지 정규 보졸레의 품질이나 스타일이 어떨지 가늠해 볼 잣대가 되어준다. 보졸레 누보는 병입 후 6개월 안에 마셔야 한다. 

 

2. 코트 샬로네즈

 이 지역의 정통 피노 누아 와인은 가성비가 아주 높으며 이 지역의 와인을 고를 때는 다음의 세 마을을 꼭 알아야 한다. 

 

 메르퀴레이, 지브리, 륄리

 세 마을 가운데서도 메르퀴레이는 특히 더 중요한 곳으로 상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메르퀴레이 와인 중에는 가성비가 아주 뛰어난 와인들도 많다. 코트 샬로네즈 와인을 구입할 때는 다음의 제조사와 생산자를 눈여겨볼 만하다.

 - 메르퀴레이 : 도멘 드 쉴레멩, 마셀 쥘로, 샤토 드 샤미레, 페블레

 - 지브리 : 도멘 자블로, 도멘 테나르, 루이 라투르, 쇼플레-발덴네르

 - 륄리 : 앙토냉 로데

 

3. 코트 도르

 부르고뉴의 심장 '코트 도르 Cote d'Or'는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전해오는 설에 따르면 가을철 무렵 온통 황금색으로 물드는 언덕 빛깔과 이 지역이 와인 메이커들에게 가져다주는 수입에 빚대어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코트 도르는 면적이 아주 작지만 이 지역의 최상급 와인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든다. 코트 도르는 코트 드 본, 코트 드 뉘 이렇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부르고뉴의 최상급 레드 와인의 생산지는 코트 느 뉘다. 이 지역은 화이트 와인과 마찬가지로 레드 와인 역시 품질 등급이 지역, 빌라주, 프리미에 크뤼 빌라주, 그랑 크뤼로 나뉜다. 그랑 크뤼 와인은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지만 최상급이라 가격이 아주 높다. 반면 지역 와인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으나 뛰어난 와인은 드물다. 

코트 도르의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가장 중요한 마을들과 함께 그랑 크뤼급 및 프리미에 크뤼급 포도원을 몇 곳 알아두어야 한다. 

> 코트 드 본

 

가장 중요한 마을 프리미에 크뤼급 포도원 그랑 크뤼급 포도원
알룩스 코르통 샤이오트
푸르니에라
코르통
코르통 르나르드
코르통 마레쇼드 
코르통 브레상드
코르통 클로 뒤 루아
그레브
마르코네
브레상드
클로 데 무슈
페브
포마르 뤼지앙
에페노
볼네 샹트노
카이유레
클로 데 셴느
타이예피에

 

> 코트 드 뉘

가장 중요한 마을 프리미에 크뤼급 포도원 그랑 크뤼급 포도원
샹볼 뮈지니 레자무뢰즈
샤름
뮈지니
본 마르 (일부지역)
플라지 에셰조 에셰조
그랑 에셰조
주브레 샹배르탱 레 카제티에
오 콩보트
클로 생 자크
그리오트 샹베르탱
라트리시에르 샹베르탱
뤼쇼트 샹베르탱
마조예레 샹베르탱
마지 샹베르탱
샤름 샹베르탱
샤펠 샹베르탱
샹베르탱
샹베르탱 클로 드 베즈
모레 생드니 레 주느브리에르
뤼쇼
클로 데 오름
본 마르 (일부지역)
클로 드 라 로슈
클로 드 타르
클로 데 랑데브이
클로 생 드니
뉘 생 조르주 레 생 조르주
보크랭
포레
본 로마네 보 몽 라 그랑드 뤼
라 로마네
라 로마네 생 비방
라 로마네 콩티
라 타슈
리쉬부르
말콩소르

부조 클로 드 부조

 

부르고뉴의 레드 와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전 세계로부터 파노 누아의 벤치마크로 인정받고 있다. 40년 사이에 부르고뉴의 훌륭한 와인들은 더 훌륭해졌고, 우수한 와인들은 더욱 일관성을 갖추면서 품질이 향상되었다. 현재 부르고뉴에서는 제조사나 에스테이트 버틀드 와인의 생산자 모두 부르고뉴 사상 최고의 와인들을 빚고 있다. 양질의 클론 선별, 포도원 관리, 신세대 와안 메이커들의 등장으로 미뤄보건대 앞으로 몇십 년 동안에도 이런 뛰어난 품질이 계속 지켜질 것이다.

 

>> 론 밸리

 론 밸리는 북부 론과 남부 론의 두 지역으로 뚜렷이 구분된다. 

북부 지역 와인 생산지 중 가장 유명한 포도원은 크로제 에르미타주, 코트 로디, 에르미타주 이 세 곳이며 생 조셉과 코르나스도 주목할 만한 포도원이다. 남부 지역의 레드 와인 생산지는 샤토네프 뒤 파프, 지공다스 이 두 곳이 유명하다.

 북부 지역에서는 주로 시라를 원료로 코트 로티, 에르미타주, 크로제 에르마타주를 빚는다. 이 와인들은 이 지역에서 가장 묵직하고 풀 바디한 스타일을 띤다.  남부 지역의 샤토네프 뒤 파프는 블렌딩에 무려 13종의 포도를 사용할 수 있으며 최상급에 드는 제조사들은 블렌딩 시 그르나슈와 시라를 더 높은 비율로 쓴다. 

 론 와인은 부르고뉴 와인보다 더 풀 바디이고 묵직하며 대체로 알코올 도수도 더 높다. 론 와인이 이러한 특성을 지니는 이유는 위치와 지리 조건 때문이다. 론 밸리는 프랑스 남동부 지역으로 부르고뉴 지역의 남쪽에 있어서 기후가 뜨겁고 일조량이 많다. 햇볕을 많이 받을수록 포도에 당분이 많아지며 알코올 도수도 높아진다. 론 밸리의 토양은 자갈로 덮여 있어서 이 자갈이 강렬한 열기를 밤낮으로 품어준다. 론 밸리의 와인 메이커들은 법에 의거하여 반드시 일정량의 알코올 함량을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코트 뒤 론은 10.5%, 샤토네프 뒤 파프는 12.5%가 AOC에서 규정한 최소 알코올 함량이다. 복합적이지 않고 단순한 스타일의 코트 뒤 론은 보졸레와 유사한 편으로, 바디가 더 묵직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보졸레는 규정된 최소 알코올 함량이 9%에 불과하다).

 론 밸리의 가장 유명한 화이트 와인 2종인 콩드리외와 샤토 그리예는 비오니에를 원료로 쓴다. 에르미타주뿐 아니라 샤토뇌프 뒤 파프에서도 화이트 와인이 생산되지만 연간 생산량은 2000~3000 상자에 불과하다. 

 

> 샤토네프뒤 파프

 샤토네프 뒤 파프는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이며 14세기에 클레망 5세가 거주했던 론 지방의 아비뇽에 있는 성에서 따온 명칭이다. 이 성으로 말하자면 70년간의 아비뇽 교황 시대(로마 교황청의 자리가 로마에서 아비뇽으로 옮겨 1309년부터 1377년까지 머무른 시기)를 연 곳이었던 만큼 각별한 의의가 깃들어 있다. 샤토네프 뒤 파프에는 13종의 포도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최고의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요리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와인 메이커도 최상급 포도를 많이 사용할수록 최고의 맛에 최고의 비싼 와인을 생산하게 된다. 이를테면 한 병에 25달러인 샤토네프 뒤 파프는 최상급 포도의 사용이 20%에 불과하고 나머지 80%는 하등급 포도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75달러짜리 샤토네프 뒤 파프는 최상급 포도 90%와 그 외의 포도 10%로 빚어졌을 것이라고 추산해도 무방하다. 

 

 40년 전에 론 밸리의 와인은 부르고뉴와 보르도의 레드 와인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세 곳은 모두 대등한 위치에 올라 있으며, 단지 론 밸리가 세 지역 중 가격 대비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론 밸리는 최근 20년 동안 훌륭한 날씨의  축복도 받아왔으며, 특히 남부 지역이 더욱 축복받았다. 이는 적당한 가격에 훌륭한 와인을 빚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