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되는 와인용 포도 품종은 30종이 넘지만 카베르네 쇼비뇽, 피노 누아, 진판델, 메를로, 쉬라가 가장 대표적인 5대 품종이다.
§ 카베르네 쇼비뇽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적포도로 꼽히며, 세계 최상급 레드 와인 몇 가지가 바로 이 품종으로 빚는다. 이 카베르네 쇼비뇽이 샤토 라피트 로칠드나 샤토 라투르 같은 최상급 보르도 레드 와인의 양조에서도 주된 품종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캘리포니아의 카베르네 쇼비뇽은 거의 모두 드라이한 편이며 생산자나 빈티지에 따라 가벼워서 바로 마실 수 있는 스타일부터 수명이 긴 풀 바디의 스타일까지 다양하다.
§ 피노 누아
피노 누아는 워낙 까다로운 품종이라 재배해서 와인으로 빚기까지 비용도 많이 들고 다루기가 힘들어서 종종 '골치 아픈' 포도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중요한 품종일 뿐 아니라 샹파뉴의 주요 포도 품종에 들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수년간 피노 누아를 심기에 적당한 위치를 찾는 실험을 하고 발효 기술을 개선함으로써 피노 누아를 위대한 와인으로 승급시켜 놓았다. 피노 누아는 카베르네 쇼비뇽보다 탄닌이 적고 숙성 기간도 빨라 보통 2~5년 후면 숙성이 된다. 재배에 들어가는 추가적인 비용 때문에 캘리포니아의 최상급 피노 누아는 다른 품종보다 비싸다.
§ 진판델
진판델은 캘리포니아의 와인 양조 초창기만 해도 '제네릭' 와인이나 '저그' 와인의 원료로 쓰였다. 그러나 30년 동안 적포도 품종 중 최고 품종의 하나로 도약했다. 진판델 와인을 고를 때 단 하나의 문제점이라면 스타일이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다. 생산자에 따라 탄닌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묵직하고 풍부하고 원숙하며 알코올 함량이 높고 스파이시하며 연기 냄새가 나고 진하며 풍미가 강한 스타일부터 아주 가볍고 과일 풍미가 나는 와인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진판델은 화이트 와인까지 있다.
§ 메를로
메를로는 수년간 카베르네 쇼비뇽의 블랜딩용으로만 쓰였다. 메를로의 탄닌이 더 부드럽고 질감도 더 유순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슈퍼 프리미엄급 품종으로 독자적인 정체성을 얻게 되었다. 메를로로 빚은 와인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워서 카베르네 쇼비뇽과 같은 숙성이 필요치 않다. 조기 숙성과 음식과의 조화로 레스토랑에서 최고로 잘 팔리는 와인이다.
§쉬라
쉬라는 프랑스 론 밸리의 대표 품종으로서 세계 최상급의 최장기 숙성 와인들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쉬라즈'라고 불리며 품종 특유의 강렬한 풍미로 미국에서 굉장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으며 일조량이 풍부하고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기후에서 잘 자라난다.
§ 메리티지 와인
'메리티지'는 '헤리티지'와 운을 맞춘 명칭으로, 미국에서 보르도의 전통적 와인용 포도 품종을 블렌딩 하여 빚은 레드 와인 및 화이트 와인을 일컫는다. 이런 메리티지 와인은 와인 메이커들이 품종명 표기에 요구되는 포도 함량의 최소 규정 비율(75%)을 맞추는 일에 숨 막혀하면서 탄생하게 되었다. 일부 와인 메이커들은 주 품종 60%와 보조 품종 40%를 섞는 식의 블렌딩을 하면 더 우수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메리티지 와인의 생산자들은 이런 식의 블렌딩을 통해 보르도의 와인 메이커들이 와인 양조에서 누리는 것과 같은 자유를 얻고 있다.
레드 와인 블렌딩에 쓰이는 품종은 다음과 같다.
말벡, 메를로, 카베르네 쇼비뇽, 카베르네 프랑, 프리 베르도
화이트 와인에는 세미용, 소비뇽 블랑 품종이 블렌딩에 사용된다.
§ 캘리포니아 레드 와인 스타일
캘리포니아산의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진판델, 메를로, 쉬라 또는 메리티지 와인을 구입할 때는 라벨만 보고 와인의 스타일을 감 잡을 만한 좋은 방법이 딱히 없다. 해당 포도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음을 해 보는 수밖에 없다. 단, 같은 포도 품종으로 확연히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도 더 현명한 구매가 가능하다.
캘리포니아에는 310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레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이 많은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들의 끊임없는 스타일 변화 트렌드를 따라잡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와인의 음용 적기, 숙성 가능성, 추천 음식 등 중요한 정보를 라벨에 추가해 넣는 와이너리들이 점점 늘고 있다. 뜻밖의 낭패를 겪고 싶지 않다면 와인업계의 흐름과 개인의 취향을 이해하는 소매상에게서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 캘리포니아 레드 와인의 숙성
대체로 캘리포니아 와인은 어릴 때 마셔도 같은 빈티지의 보르도보다 더 편안한 맛을 선사한다. 캘리포니아 와인이 레스토랑에서 잘 팔리는 데는 이런 특징도 한몫한다.
그런가 하면 캘리포니아의 레드 와인은 숙성이 잘 되기도 한다. 특히 최상급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진판델일수록 숙성이 잘된다. 실제로 1930, 1940, 1950년대에 생산된 카베르네 쇼비뇽은 대체로 아직 마시기에 무난하며 몇몇 와인은 맛이 아주 훌륭해서 그 수명이 긴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최상급 와이너리에서 훌륭한 빈티지에 빚은 진판델과 카베르네 쇼비뇽은 최소한 5년의 숙성 뒤에 마셔야 하며, 10년이 지나면 더 훌륭한 맛이 난다. 환상적인 기쁨을 맛보려면 최소한 15년은 기다려야 한다.
§ 캘리포니아의 40년 전과 현재
특정 포도 품종이 특정 지역 AVA은 물론 더 나아가 개별 포도원과 결부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릴로는 나파 밸리, 피노 누아는 카네로스, 소노마, 산타바버라, 몬테레이가 연상되는 식이다. 또 쉬라는 남중부 해안 지대, 특히 샌 루이스 오비스포와 결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와인 양조 업계에 불어닥친 혁신의 바람은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그렇다고 해서 캘리포니아 와인 메이커들이 실험을 아주 그만두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전히 다양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요즘 캘리포니아에서는 새로운 포도 품종이 여럿 재배되고 있다. 그에 따라 앞으로 바르베라, 그르나슈, 무르베드르, 쉬라 같은 품종으로 빚은 와인들이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쉬라로 만든 와인의 생산 증가가 두드러질 듯하다.
40여 년 사이의 또 다른 변화는 알코올 도수로서 레드 와인에서의 변화세가 뚜렷하다. 전 세계의 대다수 와인이 알코올 함량을 높이긴 했으나 캘리포니아만큼 높인 경우는 없다. 많은 와인 메이커가 알코올 도수 15도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를 그렇게까지 높이면 알코올로 우아한 풍미가 잡히기보다 품종 특유의 특징이 압도될 경우 자칫 와인의 밸런스가 바뀔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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