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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바이블

캘리포니아 와인 기초상식

by 노자극 2024. 6. 9.

 

§ 캘리포니아의 주요 포도 재배지

 아래의 지도를 보면 와인 생산지들을 숙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과 같은 네 구역으로 구분해서 보면 기억하기 쉽다.

출처 와인 바이블 2020edition 케빈 즈렐리 지음

 

1. 북부 해안 지대

  카운티 : 나파, 소노마 ---> 카베르네 쇼비뇽, 샤르도네

  카운티 : 맨도시노 레이크 ---> 메를로, 소비뇽 블랑, 진판델

2. 샌와킨 밸리 : 저가의 저그 와인으로 유명

3. 북중부 해안 지대 

  카운티 : 몬터레이 ---> 샤르도네, 그르나슈

  카운티 : 산타클라라 ---> 마르산, 루산

  카운티 : 리버모어 ---> 쉬라, 비오니에

4. 남중부 해안 지대 

  카운티 : 샌 루이스 오비스포 ---> 샤르도네, 피노 누아

  카운티 : 산타바버라 ---> 소비뇽 블랑, 쉬라

 

대부분 나파나 소노마라는 이름이 가장 귀에 익겠지만, 이 두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다 합해봐야 캘리포니아 와인의 10%에도 못 미친다. 그렇더라도 판매액 기준으로 본다면 나파 지역 한 곳만 해도 캘리포니아 와안 판매액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와인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지역은 샌와킨 밸리로 주로 저그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와인용 포도 재배량의 58%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어찌 보면 저그 와인의 생산이 캘리포니아의 와인 양조 역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 흥미롭지는 않을지 모르겠으나, 미국인들은 대체로 이런 종류의 와인을 선호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프랑스의 와인 소바 경향을 살펴보면 AOC 와인은 4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평범한 테이블 와인이다. 

 

§ 저그 와인과 품종명 와인

 저그 와인은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일상 와안을 가리킨다. 이런 와인들은 더러 샤블리나 버건디 같은 일반 명칭이 붙어 나오기도 한다. 값싸면서도 품질이 괜찮은데 출시 초반 당시에 전통적인 와인병이 아닌 항아립형 병에 담겨 나오면서 '저그 와인'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

 저그 와인은 아주 인기가 높아 미국애서 팔리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저그 와인은 세계 최고의 저그 와인으로 꼽힐 만하며 매년 맛과 품질에서 일관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저그 와안의 대표적인 생산자로는 1933년 와이너리를 시작했던 어니스트 줄리오 갤론 형제가 꼽힌다. 많은 사람이 미국인 음주 습관을 증류주에서 와인으로 바꿔놓은 공로를 이 형제에게 돌리기도 한다. 저그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는 그 외에 알마덴, 폴 메이슨, 태일러 캘리포니아 샐러즈 등도 있다.

 일찌감치 1940년대에 수입업자 겸 작가이자 미국의 최초 와인 전문가에 드는 프랭크 슌메이커는 캘리포니아의 몇몇 와이너리 소유주를 설득하여 최상급 와인들에 품종명을 붙여 출시하도록 유도했다. 

 품종명 와인의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로버트 몬다비야말로 품종명 와인의 생산에만 주력하는 와인 메이커 중 최고의 모범에 들만 한 인물이다. 몬다비는 1966년에 가족이 운영하는 찰스 크룩 와이너리를 나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설립했고 캘리포니아에서 품종명 와인명으로 쓰게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와인 양조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와인의 품질을 높이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을 크게 신장시키도 했다. 

 

§ 불과 40년 만에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로 떠오른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가 와인 생산에서 성공을 거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1. 위치

 나파와 소노마 카운티는 뛰어난 와인 산지로 꼽히는 지역이며, 둘 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위치에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인접한 덕에 샌프란시스코만 연안의 주민이나 관광객 모두 이 카운티 소재의 와인너리를 많이 방문하는데, 와이너리 대부분이 와인 시음을 제공하며 직접 운영하는 가게에서 와인을 팔기도 한다.

2. 날씨

 풍부한 햇볕, 따뜻한 낮 기온, 서늘한 저녁, 긴 생육기, 이 모두가 여러 포도 품종의 재배에 좋은 조건이다. 때때로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를 겪긴 하지만 변덕스러운 기후가 크게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와 캘리포니아주립대학 프레즈노캠퍼스 이 두 학교는 캘리포니아의 넓은 와인 메이커들을 대거 양성하는 곳으로 와인에 대한 과학적 공부, 포도 재배학, 특히 기술을 중점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다. 토양, 다양한 종류의 효모, 교배, 온도 조절 발효 등을 비롯한 여러 포도 재배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전 세계 와인 산업에 혁명을 일으켜왔다.

3. 자본과 마케팅

 마케팅은 와인을 판매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능한 최상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열정을 바치는 와인 메이커들이 점차 늘면서 미국의 소비자들은 그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품질이 향상되는 것에 맞추어 기꺼이 더 많이 사고, 더 많은 돈을 지불했다. 와인 메이커들은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더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운영 자본임을 깨달았다. 와인 산업은 회사로서나 개인으로서나 투자가 되었다.

지금은 없어져버린 주류 제조업체 내셔널 디스틸러즈사가 알마덴을 매수했던 1967년 이후 다국적 기업들은 대규모 와인 양조에 대한 수익 가능성을 인지하고 와인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은 거대 자본과 전문 기술을 끌어들여 광고와 판촉을 벌임으로써 국내 및 세계적으로 마국 와인의 판매를 촉진시켰다. 내셔널 디스틸러즈 외에 초창기에 와인 사업에 뛰어든 기업으로는 필스버리와 코카콜라 등이 있다.

 규모 면에서 대비되는 개인 투자자 및 재배자들도 캘리포니아의 와인 산업 성장에 한몫했다. 이들은 와인에 대한 애정과 와인 양조를 생활로 삼고 싶은 열정으로 사업에 들어선 사람들이다.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려는 측면에서는 이런 개인 투자자들이 더 많은 열정을 쏟아부었다. 

 이처럼 투자 기업이나 개인 모두의 노력에 힘입어 1990년대에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은 세밀히 재편되었다. 그 결실로 현재 캘리포니아에서는 맛있고 신뢰할 만큼 질이 높을 뿐 아니라 진정으로 탁월하여 투자 가치까지 지닌 와인들을 다수 생산하고 있다.

 

§ 캘리포니아와 유럽의 와인 양조 방식의 차이

 유럽의 와인 양조 방식에서는 탄탄히 자리 잡힌 전통이 수백 년 동안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포도의 재배나 수확 방법부터 와인 양주법이나 숙성 과정까지 전통방식이 지켜지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에는 전통이 거의 없어서 와인 메이커들이 현대 기술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와인 메이커들이 시도하는 실험들 가운데 다른 품종끼리 섞는 것 같은 실험은 유럽에서는 와인 통제법에 위반된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의 와인 메이커들은 아이디어를 시도 해볼 기회가 더 많다.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들이 대개 일련의 상품을 생산한다는 점 또한 캘리포니아와 유럽의 와인 양조 방식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규모가 큰 와이너리들은 대부분 20종 이상의 와인을 생산한다. 하지만 보르도에선 대다수 샤토가 한두 종류만 생산된다.

 현대적 방법과 실험 외에 와인 생산의 근본 조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캘리포니아는 강우랑, 날씨 유형, 토양이 유럽과 아주 다르다. 캘리포니아는 일조량이 풍부해 알코올 함량이 높은 와인을 만들 수 있다. 평균 13.5%~14.5% 되지만, 유럽은 12~13%대다. 알코올 함량이 높아지면 와인 밸런스와 맛도 달라진다.

 

§ 캘리포니아 와인의 다양한 스타일

 스타일이란 와인의 특징을 가리키는 말이다. 각 와인 메이커들의 시그니처인 셈이다. 와인 메이커는 포도의 가능성을 최대한 탐구하려고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는 '예술가'와 다름없다. 와인 메이커라면 대부분 와인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은 95%가 포도의 품질에 달렸다고 말할 것이다. 나머지 5%는 와인 메이커 '특유의 방식'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것이다. 와인 메이커가 자신의 와인 스타일을 개발할 때는 수백 가지의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 

- 포도를 언제 수확해야 하는가?

- 어떤 품종의 포도를 어떤 비율로 블렌딩 할까?

- 포도즙의 발효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해야 하는가, 오크통에서 해야 하는가? 얼마나 오래 발효시켜야 할까? 발효 온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 와인을 숙성시켜야 할까? 숙성시킨다면 기간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오크통은 어떤 오크를 쓸까? 미국산, 프랑스산?

- 병입 후 얼마나 숙성시켰다가 출시할까?

등등 결정할 일들아 수없이 이어진다. 와인 양조에는 변수가 아주 많아서 생산자들은 같은 품종의 포도로도 여러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덕분에 소비자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와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와인 양조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캘리포니아 와인의 '스타일'은 계속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성은 혼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의 르네상스는 불과 40년 전에 시작되었다. 캘리포니아에는 짧은 기간에 무려 1700여 개의 와이너리가 생겨났다. 현재 3000개가 넘는 와이너리가 있는데, 대부분이 한 가지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면서 스타일별로 가격대가 다양하다. 와인 산업은 실험을 통해 계속 변하므로 캘리포니아의 와인 양조는 앞으로도 변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가격이 품질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뛰어난 품종명 와인 중 보통 소비자 예산으로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반면 몇몇 품종은 꽤 비쌀 수 있다.

 어느 시장이나 그러하듯 가격은 대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신생 와이너라는 착수 비용의 부담을 안게 마련이라 그 비용이 와인 가격에 반영되기도 한다. 반면 비교적 오래되어 자리가 잡힌 와이너리들은 오래전에 투자비에 대한 상각이 이뤄져 수요, 공급의 비율에 따라 가격을 낮춰야 할 때 값을 낮출 여력이 된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살 때는 가격이 꼭 품질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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