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는 세계 최상의 와인 생산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자 프랑스 정부로부터 AOC 등급을 부여받은 중요한 와인 생산지다. 하지만 부르고뉴라는 명칭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그 명칭 제멋대로 차용되어 온 탓이다.
버건디 ('부르고뉴'의 영어식 이름)라는 색깔명이 레드 와인에서 따온 명칭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부르고뉴가 곧 레드 와인의 동의어는 아니다. 게다가 평범한 테이블 와인인 레드 와인에 버젓이 '부르고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면서 이런 혼동을 더욱 부추겼다. 지금도 여전히 '부르고뉴'라는 명칭을 다는 와이너리들이 일부 있으며, 특히 미국에서 더 심하다. 하지만 이런 와인은 정통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스타일에는 감히 비교조차 안된다. 다음은 부르고뉴의 주요 와인 생산지다.
- 샤블리, 코트 도르 (코트 드 뉘, 코트 드 본), 코트 샬로네즈, 마코네, 보졸레
부르고뉴가 레드 와인으로 워낙 유명하다 보니 쉽게 간과되는 사실이지만 부르고뉴에서는 프랑스 최상급 품질로 손꼽히고 명성 높은 고가의 화이트 와인도 생산한다. 마코네, 샤블리, 코트 드본 이 세 지역이 부르고뉴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여기에서는 청포도 품종 하나만 알아두면 된다. 바로 샤르도네다.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은 모두 100% 샤르도네로 만든다. 프랑스 부르고뉴 산 최상급 화이트 와인은 모두 샤르도네를 원료로 쓰지만, 세 지역별로 스타일이 아주 다르다. 이런 스타일의 차이는 포도 재배지와 양조 과정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면 샤블리에서는 북쪽 기후의 영향으로 남쪽 지역인 마코네보다 산도가 더 높은 와인이 생산된다.
양조 과정 측면에서 보면, 샤블리와 마코네에서는 포도 수확 후에 대부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담아 발효와 숙성을 시킨다. 반면 코트 드 본에서는 포도를 수확하면 상당 부분을 작은 오크통에 담아 발효시키고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와인은 나무통에서 숙성시키면 복잡성, 깊이, 바디, 풍미, 수명이 더 늘어난다.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은 하나같이 드라이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르고뉴의 와인 등급은 다음과 같다.
- 빌라주 와인 : 특정 마을의 이름을 와인명으로 표기한다.
- 프리미에 크뤼 : '명망 있는 마을'에 위치한 특정 포도원에서 생산된 와인으로 특별한 특성이 있다. 대체로 프리미에 크뤼급 와인은 라벨에 마을 이름을 먼저 표시하고 포도원명을 그다음에 표시한다.
- 그랑 크뤼 : 지역 내 최고의 토양과 경사지로 꼽히는 특정 포도원에서 만들며 그 외의 다른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부르고뉴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라벨에 마을명을 포기하지 않고 그랑 크뤼급의 포도원만 표기한다.
>> 샤블리
샤블리는 부르고뉴의 최북단에 위치한 지역으로 화이트 와인만 생산한다. 프랑스의 샤블리는 100% 샤르도네로 만든다. '샤블리'라는 이름은 '부르고뉴' 못지않은 오해와 남용의 피해를 겪고 있다. 프랑스 측에서 이 이름의 사용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샤블리'라는 이름은 이제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평범한 벌크와인 (병입 하지 않고 대용량 통에 담아 판매하는 와인)에 마구 붙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샤블리'라고 하면 아주 평범한 와인 몇몇을 연상하곤 하지만, 프랑스의 샤블리는 그런 와인들과 격이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자국의 샤블리를 아주 엄격하게 취급하여 특별한 구별과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다음은 샤블리의 품질 등급이다.
프티 샤블리
가장 평범한 샤블리
샤블리
샤블리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 빌라주 와인으로 통하기도 한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특정 상급 포도원에서 만든 아주 우수한 품질의 샤블리
샤블리 그랑 크뤼
샤블리 중 최고 등급으로 한정 생산되기 때문에 아주 값이 비싸다. 샤블리에는 '그랑 크뤼'로 불릴 자격이 부여된 포도원이 7곳밖에 없다.
가성비 면에서 따질 때, 이 등급 가운데 최고는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다.
눈여겨볼 만한 프리미에 크뤼급 포도원들과 7곳의 그랑 크뤼 포도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최고의 프리미에 크뤼급 포도원 | 레셰, 몽 드 밀리외, 몽맹 몽테 드 톤네르, 코트 드 볼로랑, 바이용, 푸르숌 |
그랑 크뤼급 포도원 | 그르누유, 레클로, 발뮈르, 보데지르 부그로, 블랑쇼, 프뢰즈 |
샤블리 와인을 고를 때 가장 눈여겨봐야 할 두 가지는 수출자와 빈티지다. 다음은 샤블리를 수출하는 제조사들 중 가장 신뢰할 만한 제조사들이다.
- 귀로뱅, 도멘 라로슈, 도멘 모로 노데, 드루앵 보동, 라 샤블리지엔, 루이 자도, 로베르 보코레, 르네 도비사, 알베르 피크 에 피스, 윌리엄 페브르, 장 도비사, 조셉 드루앵, 프랑수아 라브노, A. 레나르 에 피스
>> 코트 드 본
코트 드 본은 코트 도르의 주요 지역 두 곳 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샤르도네로 만드는 전 세계의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 중 최상의 표본으로 꼽히며, 곳곳의 와인 메이커들이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코트 드 본의 와인 생산지 중 가장 중요한 마을은 뫼르소, 샤사뉴 몽라셰, 퓔리니 몽라셰 이렇게 세 곳이다.
세 마을은 모두 똑같은 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즉 100% 샤르도네를 원료로 쓴다. 다음은 코트 드 본에서 눈여겨볼 만한 화이트 와인 생산 마을과 포도원이다.
마을명 | 프리미에 크뤼급 포도원 | 그랑 크뤼급 포도원 |
알룩스 코르통 | ㅡ | 샤를마뉴 코르통 샤를마뉴 |
본 | 클로 데 무슈 | ㅡ |
샤사뉴 몽라셰 | 레 뤼쇼트 모르조 |
몽라셰 바타르 몽라셰 크리오 바타르 몽라셰 |
뫼르소 | 라 구트 도르 레 샤름 레 주느브리에르 레 페리에르 블라니 포뤼조 |
ㅡ |
퓔리니 몽라셰 | 레 르페르 레 카이유레 레 폴라티에르 몽라셰 비앵브니 바타르 몽라셰 슈발리에 몽라셰 클라바이몽 |
레 샹 갱 레 콩베트 레 퓌셀 바타르 몽라셰 |
*몽라셰와 바타르 몽라셰, 두 포도원은 퓔리니 몽라셰와 샤사누 몽라셰 양쪽에 걸쳐 있다.
>> 코트 샬로네즈
코트 살로네즈는 부루고뉴의 주요 와인 생산지인데도 가장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지브리, 메르퀴레이 같은 레드 와인을 생산한다. 그 외에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알아두면 가치 있을 아주 훌륭한 화이트 와인도 생산한다. 바로 몽타뉘와 륄리다. 이 와인들은 이 지역 최상의 와인이며 코트 도르의 화이트 와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지만 가격은 더 저렴하다. 앙토냉 로데, 페블레, 루이 라투르, 무아야르, 올리비에 르플레브, 자크 뒤 리, 샤르트롱 에 트레뷔셰, 마크 모레이, 뱅강 지라르댕의 와인이 눈여겨볼 만하다.
>> 마코네
부르고뉴의 화이트 와인 생산지 중 최남단 지역인 마코네는 코트 도르나 샤블리보다 기후가 따뜻하다. 마콩 와인은 대체로 가볍고 단순하며 산뜻하고 신뢰할 만하며 가성비가 뛰어나다. 마코네 와인의 품질 등급을 기본 등급부터 최상품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마콩 블랑, 2. 마콩 슈페리에, 3. 마콩 빌라주, 4. 생 베랑, 5. 푸이 뱅젤, 6. 푸이 퓌세
모든 마콩 와인을 통틀어서 푸이 퓌세야말로 가장 인기 있는 와인이다. 푸이 퓌세는 마코네 와인 중에서도 최상급에 속하며, 가성비 최고의 와인이다.
샤블리 지역의 와인은 40년 동안 품질이 더 향상되었다. 개선된 한파 예방책을 통해 1950년대 말 이후 포도 재배지 면적을 4000 에이커에서 1만 2000 에이커로 늘리는 동시에 품질도 그대로 지켜왔다.
마코네와 샬로네즈의 화이트 와인은 100% 샤르도네로 만든 와인 중에서 가성비 뛰어난 와인에 들어, 그 가격대가 대체로 병당 20달러 미만이다. 라벨에 '부르고뉴 블랑'이라고 찍힌 와인도 가성비가 아주 좋은 와인이다.
그간의 가장 큰 변화는 특히 마콩에서 두드러진다. 라벨에 포도 품종이 실리게 되었다는 점이다. 신대륙의 샤르도네 생산자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침내 프랑스 정부도 여타 신대륙 국가들이 포도 품종을 보고 와인을 구매하는 추세임을 지각하게 되었다.
코트 도르의 뛰어난 화이트 와인은 40년 동안 위대함의 경지에 이르렀다. 코트 도르는 전 세계를 두루 섭렵한 신세대 와인 메이커들이 등장하면서 포도원과 와인 저장 설비에 대한 더욱더 철저한 통제, 새로운 품종의 포도 재배, 포도 수확량의 축소가 이뤄지고 있다. 한편 예전엔 알코올 함량을 높이기 위해 발효즙에 당분을 추가하는 과정이 성행했지만 현재는 그런 사례가 드물다. 다시 말해 이곳 와인들이 그만큼 더 자연적인 밸런스를 갖추게 되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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