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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바이블

와인의 향과 풍미 3대 요소 - 숙성

by 노자극 2024. 6. 3.

 

 

와인의 발효, 숙성, 운반에 나무통이 이용된 지는 수천 년이 되었다. 나무통을 사용하기 시작한 초반부터 와인 메이커들이 감지해 냈던 사실이지만 나무통의 종류, 크기, 숙성 시간을 달리하면 와인에 일정한 풍미가 우러난다. 통의 목재와 제작 방법에 따라 나무 풍미부터 바닐라나 코코넛의 풍미까지 다양한 풍미를 우려낼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나무통 대신 시멘트 탱크나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등으로 와인에 오크 풍미 없이도 신선하고 포도향이 풍부한 풍미를 살릴 수 있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대다수의 와인이 오크통 숙성 없이 빚어지고 있는데, 오크통으로 와인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와인 메이커의 결정에 달려 있다. 

 

>> 나무통의 크기
 나무통의 크기는 1000리터나 1200리터짜리의 초대형부터 100리터 이하의 소형까지 다양하다. 통이 클수록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은 감소한다. 즉 부피가 클수록 통의 표면에 직접 닿는 와인의 비율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나무통이 와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지 초대형의 통은 그 영향의 정도가 미미하기 마련이다. 소비자들이 나무통 크기에 따른 영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통은 보르도에서 사용하는 225리터짜리 오크통, 바리크 Barrique이다.

 

>>오크 풍미

 통 속의 나무 세포들이 와인의 알코올과 닿으면 그 특유의 풍미와 탄닌이 우러나 와인에 오크의 풍미가 더해진다. 통이 새것일수록 풍미는 더 진하게 우러난다. 통이 재사용되는 횟수가 늘면 그만큼 와인이 나무 세포에서 뽑아간 풍미와 탄닌이 많아져서 그 통은 '중성 상태'가 되어간다. 하지만 이렇게 풍미와 탄난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와인이 산소와 점점 더 많이 접촉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3년 동안은 풍미를 우려내기 위해 사용하다가 와인의 저속 산화를 위한 용도로만 수년을 더 쓰기도 한다. 또한 많은 와인 메이커가 일정 비율의 와인은 새 통에서, 그 나머지는 중성 상태의 통에서 숙성시킨 후에 두 와인을 블렌딩 하여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토스트(구운 빵) 풍미

 통을 제작할 때는 나무를 구부리기 쉽도록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열처리를 가한다. 이때 통 안쪽의 나무를 불에 굽기도 한다. 나무 안쪽을 더 많이 구울수록 나무 세포와 와인 사아의 장벽이 더 탄탄해진다. 다시 말해 와인에 탄난과 나무 풍미가 덜 우러나오게 된다는 얘기다. 한편 이런 열처리 과정을 거치면 그 자체의 풍미가 생긴다. 와인 메이커들은 나무통을 주문할 때 자신들이 원하는 풍미에 따라 굽기의 정도를 다양하게 요구한다. 살짝만 구우면 그 자체적인 풍미는 거의 띠지 않지만 와인에 나무 세포의 탄닌을 풍부하게 우려내주고 중간 정도로 구우면 와인에 바닐라나 캐러멜 풍미를 더해준다. 세게 구우면 와인에서 정향, 계피, 훈연, 커피의 맛이 느껴질 수도 있다. 

 

>>비여과 와인

 나무통 숙성이 끝난 후 와인을 병입 하기 전에 와인 안에 잔류하는 효모균, 포도의 미세입자 등의 고형물은 와인의 안정성을 해칠 소지가 있다. 그래서 이런 고형물을 제거하기 위해 여과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이때 와인 메이커의 선택에 따라 가볍게 여과하기도 하고 철저하게 여과하기도 한다.

철저한 여과는 와인의 고형물을 너무 많이 제거하여 풍미와 질감마저 일을 위험이 있어서, 일부 와인 메이커와 소비자들은 더 묵직하고 본연에 가까운 풍미를 느끼기 위해 와인을 인공적인 여과 없이 자연스러운 상태로 놔둬야 한다고 믿는다. 비여과 와인은 여과된 와인보다 빛깔이 조금 덜 투명하거나 병의 바닥에 침전물이 가라앉을 수 있다. 

 

>>빈티지

 빈티지 Vintage는 포도를 수확한 해를 말한다. 따라서 매해가 빈티지 해다. 빈티지 차트를 보면 여러 해의 기후 상태를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후가 좋을수록 빈티지 등급이 높으며 잘 숙성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와인은 모두 숙성시켜야 하는가?
아니다. 와인은 무조건 숙성될수록 맛이 더 좋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 세계의 모든 와인 중 90% 이상은 1년 안에 마셔야 하며 5년 이상 숙성시켜야 하는 와인은 1%도 되지 않는다. 와인은 숙성되면서 변하는데, 더 좋아지는 와인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이 1%의 와인이 매 빈티지별로 3억 5000만 병 이상의 와인을 뜻한다는 것이다.

 

>>숙성이 레드 와인에 미치는 영향

 와인은 살아 있는 유기물과 같아서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변한다. 심지어 병입을 하고 나서도 산소의 영향으로 숙성이 일어나며, 탄닌이 침전물이 되어 병 바닥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여러 반응 때문에 새로운 풍미가 생기고 불투명하던 빛깔이 반투명해진다. 탄닌이 침전물로 가라앉으면 와인 속의 탄난 함량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과일맛, 탄닌, 신맛의 밸런스가 더 잘 맞게 되어 와인의 맛이 더 부드러워진다. 와인은 어릴 땐 신선한 과일의 풍미가 나다가 숙성이 되면서 건조 과일(말린 체리, 프룬, 대추야자)의 맛이 나거나 버섯, 통조림 콩, 아스파라거스 같은 채소 향이 생겨 나기도 한다. 산소 또한 그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와인은 점차 빛깔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견과류의 풍미를 띠게 된다.

 

>>나쁜 풍미의 사례

졸은 와인이 만들어지기까지는 특저우미생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다른 방해 요소들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간혹 탈이 나고 만다. 와인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다섯 가지 결함과 흠, 그로 인한 맛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코르키드 와인

 코르키드 와인 Corked wine 은 잔에 코르크 조각이 둥둥 뜨는 그런 와인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Corked'는 보통 트리클로로아니솔, TCA라고 부르는 유기화합물로 인해 와인에서 곰팡내가 날 때 쓰는 표현이다. 코르크가 TCA에 오염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이론이 분분하다. 그러나 코르크 속의 TCA가 병 속의 와인과 접촉하게 되면 젖은 곰팡내 나는 마분지와 비슷한 냄새가 생긴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런 냄새는 좀처럼 감지되지 않는 수준(단지 와인의 풍미를 무뎌지게 하는 수준)에 그칠 수도 있고 방 전체에 악취가 진동할 만큼 심할 수도 있다.

코르키드 와인은 구제할 방법이 없다. 코르키드 와인으로 해마다 와인업계가 입는 손실이 막대해서 요즘엔 많은 와인 메이커가 천연 코르크 마개 대신 스크루캡 마개로 바꾸고 있다.

 

2. 산화

 잘라놓은 사과가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포도즙도 산소와 접촉하면 변하게 된다. 산소와 포도즙과의 상호작용은 포도가 수확되어 와이너리로 옮겨지는 순간부터 시작되며, 와인 양조 동안에는 대체로 와인을 산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편 와인 메이커가 의도하는 와인 스타일에 따라 와인에 특별한 풍미를 더하기 위해 제어하에 일부러 산화를 시키는 경우도 많다. 다만 뜻하지 않게 산소에 과다 노출되면 와인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견과류와 셰리 같은 풍미가 난다.

 

3. 황

 이산화황은 천연의 산화 방지제이자 방부제이며 살균제로서 대다수의 와인 메이커가 원치 않는 포도즙의 산화를 막기 위해, 또 세균이나 야생효모의 작용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양조 과정에서 이용하고 있다. 최종 와인 속 황의 함량이 주의 깊게 조정되지 않고 이산화황이 과다 사용된 와인에서는 특유의 냄새(불붙은 성냥 냄새)를 맡을 수 있다.

 

4. 브렛

헛간의 냄새, 특히 땀에 젖은 안장이나 땀 흘린 말의 냄새가 나는 와인을 맛본 적이 있다며 그것이 바로 브렛 Brett의 맛이다. 브렛은 브레타노마이세스 Brettanomyces의 약자로 와이너리, 특히 꼼꼼하게 청소하지 않은 장비나 나무통에서 잘 자라는 나쁜 효모이며 와인이 이 효모와 접촉하는 순간 감염된다. 그렇다고 브렛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감정가들 중에는 그 감염 정도가 낮다면 브렛이 와인의 풍미에 복합성을 더해주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브렛 감염은 레드 와인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다.

 

5. 휘발성 산

모든 와인에는 휘발성 산 Volatile Acidity, VA이 함유되어 있고 이 VA는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초산균 박테리아가 활동하게 되면 흠으로 작용한다. 초산균은 와인에 과도한 초산을 생성하며 이 농도가 높아지면 식초 냄새가 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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