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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바이블

와인의 향과 풍미 3대 요소 - 포도

by 노자극 2024. 6. 2.

 

 

와인의 향과 풍미를 부여하는 세 가지 요소 - 포도 발효 숙성

 

와인에서 다양한 음식, 향신료, 광물질을 연상시키는 복합적인 향이 발산되고 와인 특유의 맛이 느껴지는 이유는 이 3대 요소들의 생물학적, 화학적 작용 덕분이다. 와인의 복잡한 향을 맡고 있으면 진짜 체리, 레몬그라스, 사과 냄새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데 그 모두는 포도의 복잡한 생물학적 작용, 효모의 신진대사 활동을 비롯해 양조 및 숙성 과정에서의 수많은 화학적 상호작용이 빚어낸 결과이다. 이제부터 포도 재배부터병입까지 와인 양조 과정을 살펴보며, 와인의 맛과 향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알아보자.

 

§ 포도에서 우러나는 맛

 와인 주도용 포도는 주로 '비티스 비니페라'라는 종에 속한다. 이 비티스 비니페라에는 적포도뿐만 아니라 청포도의 다양한 품종이 있다. 그렇다고 비티스 비니페라만이 와인 주조용 포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표적 자생종인 비티스 라브루스카도 그 한 종으로, 동해안 및 중서부 지방뿐만 아니라 뉴욕주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재배되고 있다. 비티스 하브루스카 같은 미국의 자생종과 비티스 비니페라를 교배한 교배종도 와인의 원료로 이용되고 있다.

 포도 품종은 와인의 풍미를 크게 좌우한다. 품종의 특성은 와인 양조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요소이며, 포도마다 특유의 특성들이 있다. 예를 들어 껍질이 두꺼운 적포도로 와인을 빚으면 대체로 탄닌 함량이 높아지는데 이 탄닌 때문에 와인이 어릴 때 쓰고 떫은맛이 나기도 한다. 리슬링이라는 포도품종은 산도(시고 시큼한 맛)가 높은 와인을 만들고 뮈스카 품종은 오렌지 꽃 냄새가 나는 그윽한 향의 와인을 만든다. 이렇게 품종에 따라 와인에 아주 다양한 특징이 나타난다. 그래서 균형이 잘 잡힌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 특유의 특성을 잘 살리느냐 죽이느냐는, 와인 메이커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 중 하나다.

 

>>재배위치

 포도는 재배위치가 중요한 작물이다. 

 메인주에서 오렌지를 재배할 수 없는 것처럼 북극 같은 기후에서 포도를 재배할 수는 없다. 포도나무가 잘 자라는 데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발육기, 일조일, 태양이 비추는 각도, 평균 기온, 강수량 등이 적절해야 한다. 토양 또한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적절한 배수로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적절한 일조량은 포도를 적당히 숙성시켜 당분을 생성시킨다. 

 대다수의 포도 품종은 특정 지역에서 재배될 경우 더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어낸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적포도는 대체로 청포도보다 더 긴 발육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래서 비교적 추운 북부 지역인 독일이나 프랑스 북부에서는 대부분의 포도밭에서 청포도를 재배하며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 같이 따뜻한 지역에서는 적포도가 잘 자란다.

 

>>테루아

 테루아 Terroir는 과학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다소 까다롭다. 어쨌든 테루아란 어느 특정 지역이나 포도원의 토양 구조와 지형, 일조량과 기후, 강우량, 지역 특유 토착 식물을 비롯해 그 외에 수많은 환경적 요소를 아우르는 '막연한' 개념이다. 테루아가 와인의 풍미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와인 메이커들이 많은데, 실제로 일조 상태나 토양 배수 같이 테루아의 특정 요소의 경우엔 포도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테루아의 요소 중에서도 토양의 유형은 최종 와인까지 그 자취를 남긴다는 것이 보편적인 의견이다. 쉽게 풀어 말하면 이러한 풍미를 '광물성 풍미'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와인 생산자들은 와인에서 토양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로 유명하다. 독일의 리슬링에서는 더러 재배지 토양의 점판암 맛이 느껴지는가 하면, 석호암 토양에서 재배되는 부르고뉴의 샤르도네 포도에서는 부싯돌이나 강가의 젖은 조약돌 냄새가 나타나곤 한다. 한편 포도나무가 뿌리를 통해 토양을 직접 흡수하는 것도 아니고 토양에서의 광물질 흡수량도 미량에 불과하므로, 광물성 풍미는 테루아의 다른 요소나 지역 특유의 와인 양조 과정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이 더 일리 있게 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테루아 옹호자들은 와인에서의 토양의 풍미를 맹신한다. 실제로 대서양에 인접한 프랑스 루아르강어귀에서 재배되는 무스카데에서 바닷물 향이 확연히 느껴지기도 하니, 정말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한편, 와인에서 느껴지는 지역 특유 식물들의 향은 정말로 그 식물의 영향인 듯하다. 와인의 유칼립투스 향을 예로 들면 인근 나무의 유칼립투스 오일이 포도에 옮겨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지중해 연안 론 밸리 남부는 상록 식물과 로즈메리, 백리향 같은 풀들이 한데 섞여 일명 가리그 Garrigue라는 관목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향이 와인에 전해지곤 한다. 

 

>>수확

 당도와 산도의 비율이 와인 양조업자가 만들고 싶은 와인 스타일에 적합한 수준에 이르렀을 때 수확해야 한다. 6월에 포도밭에 가서 조그만 청포도 알을 하나 따먹어 보라. 아주 시고 떫어 절로 입이 오그라들 것이다. 9월이나 10월에 같은 포도밭에 가서 똑같은 포도나무의 포도를 맛보면 매우 달콤할 것이다.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던 몇 달 동안 광합성 작용에 의해 포도에 당분이 축적된 것이다. 

 

>>날씨

 날씨는 포도수확물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 포도나무가 휴면기에서 깨어나는 봄에 꽃샘추위가 찾아오면 개화가 멈추어버림으로써 생산량이 줄어들 소지가 있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극심한 악천후라도 닥친다면 그 역시 포도에 악영향을 미친다. 비가 적게 내리거나 너무 많이 내릴 경우 혹은 부적절한 시기에 내릴 경우에도 피해를 주게 된다.

  수확기 직전에 비가 내리면 포도에 수분이 증가한다. 이런 포도로 만든 와인은 엷고 묽어진다. 강우량이 부족하면 와인의 밸런스에 영향을 미쳐 강하고 진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반면 포도 수확량은 줄어든다.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는 발육기가 지나서까지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