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와인의 품종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방대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품종은 크게 1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중 레드 와인 품종 7가지를 먼저 소개한다.
§ 레드 와인 품종
1. 까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까쇼'라고 발음하기도 하는 까베르네 쇼비뇽은 우리나라의 머루처럼 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운 포도이다. 알은 작지만 껍질이 두꺼운 만큼 진하게 붉은 색상과 그만큼 진하고 풍부한 맛과 향에, 탄닌까지 풍부하게 갖추고 있는 품종이다. 레드 와인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는 품종인데, 그래도 역시 까베르네 쇼비뇽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보르도 지방의 대표적인 품종으로 장수했기 때문일 것이다.
배수가 잘 되는 자갈토양에서 잘 자라는 까베르네 쇼비뇽은 와인으로 만들어지면서 기본적으로 향이 진하면서 드라이한 맛을 내는데, 와인 생산자에 따라 산뜻한 타입에서 묵직한 타입 등 여러 가지 맛으로 만들어진다.
2. 피노 누아 Pinot Noir
까베르네 쇼비뇽이 풍부한 맛으로 승부한다면 피노 누아는 풍부한 향으로 승부한다. 피노 누아는 매우 감각적이고 세련된 맛과 향을 지닌 품종이며 색이 가장 아름다운 품종으로 통한다. 피노 누아 와인을 태양 빛에 비쳐 보면 그 색깔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알 수 있다.
껍질에 붉은색이 강하고 탄닌 성분은 적어 첫맛에 강렬함을 느끼기보다는 은은하게 매혹시키는 매력을 지녔다. 까베르네 쇼비뇽이 보르도의 최고급 레드와인 품종이라면 피노 누아는 부르고뉴 지방의 최고급 레드와인 품종이다.
고급 피노 누아라 하더라도 숙성을 얼마나 거치느냐에 따라 맛과 향에서 많은 차이가 나기도 한다. 금방 만든 고급 피노 누아 와인은 딸기향 같은 달콤하고 신선한 향을 느낄 수 있고, 숙성을 한 고급 피노 누아 와인은 매우 깊고도 복잡한 향을 가졌다.
한동안은 프랑스 보르고뉴 지방을 제외하고 피노 누아에 도전장을 내미는 와인 생산지가 없었는데, 현재는 미국의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뉴질랜드에서 최고급 피노 누아 재배에 동참하고 있다.
참고로 전 세계에서 가장 귀한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부르고뉴 와인 인 '라 로마네 콩티 La Romanee-Conti'가 바로 피노 누아로 만든 와인이다.
3. 메를로 Merlot
메를로는 한 마디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품종이다. 성격이 좋아 누구와도 어울리고, 특히 성격이 강한 사람과 잘 어울리는 그런 친구 같은 유형의 품종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까베르네 쇼비뇽에 블랜딩 하는 품종으로 많이 사용되다가 최근 들어 단일 품종으로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 포메롤과 생테밀리옹 지역에서 생산하는 최고급 와인은 메를로 품종을 기본으로 여기에 까베르에 쇼비뇽을 블랜딩 한 것이다. 메를로를 기본으로 만들면 까베르네 쇼비뇽을 기본으로 한 와인보다 과일 향과 맛이 더 강해진다. 메를로는 맛이 부드러워 긴 숙성기간이 필요하지 않으며 알코올 함유량이 높다는 점에서도 많은 점수를 따고 있다.
메를로에 대한 와인 생산국의 대우는 각각 다르다. 우선 메를로가 단일품종으로 가장 사랑받는 곳으로는 칠레를 꼽을 수 있다. 가장 잘 익었을 때 생산한 칠레산 메를로는 매우 상큼한 과일 향으로 사랑받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메를로가 최고의 레드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고 캘리포니아에서도 메를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메를로는 신선한 과일 향이 장점이기 때문에 숙성이 되기 전에 마시는 것이 좋다.
4. 그르나쉬 Grenache
그르나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레드 와인용 품종이기도 하지만 특히 프랑스 남부 지역과 스페인에서 생산된 것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 남부 지역과 스페인의 무더위가 당도와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빛이 키운 그르나쉬를 한 모금 들이키면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후추향이 나면서 맛과 무게감이 강하고 꽤 높은 도수를 느낄 수 있다.
비교적 빨리 숙성되는 와인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러나 역시 그르나쉬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다른 품종과 블랜딩을 하는 것이다.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탄닌과 신맛이 강한 품종과 블랜딩 하면 그야말로 풀 바디한 와인으로 탄생한다.
스페인의 리오하 지역에서는 최고급으로 취급받고 가르나차 Garnacha라고 불린다. 호주의 오래된 포도원,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등에서 생산한 그르나쉬 와인은 그 품질을 믿을 만하다.
5. 네비올로 Nebbiolo
거친 품종이다. 탄닌이 많고 산도도 강하고 알코올 농도도 높다. 하지만 제대로 숙성을 시키면 이 거친 맛들이 누그러들면서 놀랍도록 세련된 맛을 보여준다. 몇 년 숙성된 네비올로 품종의 와인에서는 장미향과 초콜릿, 건포도, 건자두의 맛이 나는데 이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선보이는 풍미가 대단하다.
과거에는 제대로 숙성을 시키기 위해서 20여 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5년 만에 20년 숙성의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네비올로는 이탈리아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네비올로 와인의 맛을 봐야 이탈리아 레드 와인의 맛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네비올로 품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바롤로 와인이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은 최고의 와인만큼이나 아름다운 마을로도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네비올로 와인을 생산하는 곳은 샌프란시스코뿐이다.
6. 시라 Syrah
시라는 김치찌개처럼 자극성이 있는 음식과 잘 어울리는 품종이다. 스파이시한 향이 나고 매운맛이 나기 때문에 김치찌개와 대적해도 절대 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와인이 맵기만 한 것은 절대 아니다. 매콤하면서 달콤한 과일 향에 감칠맛도 뛰어나다.
프랑스 론의 북부 지방에서 주로 재배하며 색깔이 진하고 탄닌이 많다. 숙성되는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묵직하고 남성적인 와인을 만든다. 처음에는 다양한 과일 향이 강하다가 숙성이 될수록 달콤한 라즈베리 향이 강해진다. 색이 워낙 짙다 보니 그만큼 농도가 강해 부드러운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론 지방만큼 시라 품종을 사랑하는 곳은 호주이다. 호주에서는 시라즈 Shiraz 라 불리는데 호주 최고의 레드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가 원산지답게 맛이 더 강하다면 호주는 감칠맛이 더 좋다.
시라 와인을 구입하면 일단은 좀 두고 보는 것이 좋다. 시라 와인은 생산 후 일 이년이 지나야 비로소 맛을 자리 잡기 시작하고 최고급 와인은 10년에서 15년까지 장기 보관하기도 한다.
7. 진판델 Zinfandel
풍부하고 섬세한 딸기향과 생동감이 넘치는 맛을 지녔다. 진판델의 가장 큰 특징은 매우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드라이한 레드 와인이나 매우 스위트한 와인, 농도가 짙은 와인, 매우 라이트 한 와인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품종이다. 맛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은 고급 와인일수록 묵직하고 활기찬 바디를 지니고 있고, 가격이 떨어질수록 맛이 단순해지고 과일 향도 옅어진다는 점이다.
진판델이 숙성되면 카베르네 쇼비뇽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맛과 향을 선사하기도 한다.
원산지는 이탈리아지만 지금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매우 저가의 와인들만 생산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진판델을 프리미티보 Primitivo라고 부른다.
여기까지 레드 와인의 품종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화이트 와인의 품종 5가지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와인 바이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와인 시음하기 (0) | 2024.06.04 |
---|---|
와인의 향과 풍미 3대 요소 - 숙성 (0) | 2024.06.03 |
와인의 향과 풍미 3대 요소 - 발효 (1) | 2024.06.03 |
와인의 향과 풍미 3대 요소 - 포도 (0) | 2024.06.02 |
세계의 와인 - 화이트 와인의 품종 (0) | 2024.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