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일 와인의 기초 상식
현재 독일은 세계 와인 무대에서 비교적 뒤처지는 주자이지만 와인 생산 마을이 1400곳이 넘고 포도원의 수가 2600개를 넘는다.
독일 정부는 독일 와인을 이해하는 데 뒤따르는 혼동을 줄이기 위해 1971년 새로운 와인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령에 따르면 포도원으로 인가를 받으려면 토지 넓이가 최소한 12.5에이커는 되어야 했다. 그 결과 독일의 도원 수는 대폭 줄었으나 소유자 수는 증가했다.
독일의 와인 생산량은 세계적으로 2~3%에 불과하다(맥주가 독일의 국민 음료임을 상기하자). 또 어떤 와인을 생산하느냐는 날씨에 크게 좌우된다. 왜 그럴까? 포도 재배지의 위치 때문이다. 독일은 포도나무를 재배할 수 있는 지대에서 최북단에 위치해 있고 우수 포도원의 80%가 경사진 비탈지에 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기계 수확은 꿈도 꿀 수 없다.
§. 독일의 주요 와인 생산지
독일에는 공식적인 와인 생산지가 13곳이지만 그중 다음의 4곳에서만 독일 최상급의 와인을 생산한다.
- 라인헤센, 라인가우, 모젤, 팔츠
라인 와인은 모젤와인보다 바디가 묵직하다. 모젤와인이 대체로 산도가 더 높고 알코올 도수는 더 낮다. 모젤와인이 사과, 배, 모과류의 가을철 과일 풍미가 특징이라면 라인 와인은 살구, 복숭아류의 여름철 과일의 풍미가 특징이다.
§. 독일의 포도 품종
- 리슬링 : 단연코 가장 많이 재배되며 독일에서 재배하기에 가장 적합한 품종이다. 라벨에 '리슬링'이라는 명칭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와인은 리슬링을 거의 쓰지 않은 것이다. 라벨에 포도 품종이 표시되어 있다면 독일법에 따라 그 포도 품종을 최소한 85% 원료로 쓴 것이다. 리슬링은 독일에서 재배되는 포도 가운데 25%를 차지한다.
- 뮐러 투르가우 : 리슬링과 샤슬라의 교배종이며 독일 와인 중 12.5%가 이 포도로 빚는다.
- 실바너 : 독일 와인 중 5%를 이 품종의 포도로 만든다.
2. 독일 와인의 스타일
간단히 말해서, 독일 와인은 당도 산도의 밸런스가 좋으며 알코올 함량이 낮다.
당분의 궁극적 원천은 바로 햇빛이다. 포도나무가 남쪽으로 비탈진 경사지에 있고 그 해의 기후가 좋다면 햇볕을 많이 받아 당분이 충분히 형성된다.
그런데 와인 메이커들은 햇볕을 충분히 얻지 못할 때가 많다. 그 결과 포도의 산도가 높고 알코올 함량이 낮아진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부 와인 메이커는 발효시키기 전, 머스트에 당분을 첨가하여 알코올 함량을 높인다. 이 과정을 '가당'이라고 한다(독일의 상급 와인에는 가당이 금지돼 있다).
독일 와인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기본 스타일이 있다.
-트로켄 : 드라이
-할프트로켄 : 미디엄 드라이
-프루티 : 조금 드라이한
단, 이 분류에서는 와인의 숙성도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 유의하자.
§. 쉬스레제르베(발효되지 않은 포도즙)
독일 와인은 발효 후에 남은 잔당에서 천연의 달콤함을 끌어낸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일부 와인은 발효 후에 드라이한 맛이 나온다. 그래서 독일의 대다수 와인 메이커 같은 포도원에서 딴, 같은 품종에 같은 당도의 미발효 포도즙 중에서 일정량을 따로 보관한다. 이렇게 보관된 쉬스레제르베는 천연 당분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가 발효된 와인에 첨가된다. 그러나 최상급 에스테이트(포도원)에서는 쉬스레제르베 방식을 활용하지 않고 발효를 중지시키는 방식을 활용해 특유의 스타일을 만든다.
§. 포도의 숙성도에 따른 독일 와인의 등급
1971년 제정된 독일법에 따라 크게 다음의 두 등급으로 나뉜다.
-도이 바인 : 독일산 와인에 매겨지는 최하위 등급으로 라벨에 포도원 이름을 명기하지 않는다. 독일 외의 지역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들다.
-크발리테츠바인 : 말 그대로 '고급 와인'으로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1. 쿠베아 - 13개의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급 와인
2. 프레디카츠바인 - 특등급 와인. 이 등급의 와인은 가당이 금지되어 있다.
3. 프레디카츠바인 등급
품질, 가격, 포도 숙성도에 따라 프레디카츠바인은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 카비네트 : 정상적인 수확 시기에 딴 포도로 만든 가볍고 세미 드라이한 와인.
- 슈페트레제 : '늦수확'이라는 뜻 그대로, 이 미디엄 스타일의 와인은 수확기보다 늦게 딴 포도로 만든다. 햇볕을 더 많이 받은 포도로 만든 이 와인은 바디가 더 묵직하고 풍미도 더 깊다.
-아우스레제 : '선별된'이라는 뜻 그대로, 특별히 잘 익은 포도를 선별해 만든 와인이며 미디엄부터 비교적 풀한 정도의 스타일을 띤다. 아우스레제의 수확 방식은 잘 익은 포도는 따고 덜 익은 포도는 놔두는 식이라고 하니, 토마토 따는 방식과 다를 바 없다.
- 베렌아우스레제 : 일일이 '한 알 한 알 골라낸' 포도라는 뜻이며, 이렇게 한 알씩 골라낸 달콤한 포도로 만든 독일의 명성 높은 디저트 와인이다. 베렌아우스레제는 대체로 10년에 두세 번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 베렌아우스레제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이다. 건포도에 가까울 정도로 드라이(트로켄)해진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라는 뜻일 뿐이다. 이렇게 '건포도화된' 포도로 만든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아주 진하고 꿀처럼 달콤하며 몸값도 아주 비싸다.
- 아이스바인 : 얼 때까지 따지 않고 놔둔 포도로 만든 아주 달콤하게 농축된 희귀 와인. 과즙도 얼어 있는 상태에서 짠다. 법에 따라 현재 이 등급에 속하는 와인은 적어도 베렌아우스레제를 만들기에 적합할 만큼 익은 포도로 만들어야 한다.
§. 에델포일레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는 독일에서 '에델포일레'라고 불리며, 특별한 조건에서 포도를 공격하는 곰팡이균이다. 베렌아우스레제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 귀부병은 생육기 발기에 이른 시기, 즉 밤이면 공기가 차서 이슬이 듬뿍 맺히고 아침에는 안개가 끼며 낮에는 따뜻한 시기에 발생한다. 귀부병에 걸린 포도는 점점 쪼그라들고 수분이 증발하면서 당분 함량이 농축된다. 이 곰팡이에 침범당한 포도는 보기에는 좀 흉측하지만 그 겉모습에 속아서는 안 된다. 그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맛보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 독일 와인 고르는 요령
우선 4대 생산지에서 만든 와인인지를 확인한다. 그다음 포도 품종이 리슬링인지를 확인한다. 리슬링은 최상의 맛을 띠는데 라벨에 리슬링이 찍혀 있다면 품질 마크나 다름없다. 빈티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 와인이 좋은 해에 만들어졌는지 아닌지는 독일 와인에서 특히 더 중요한 확인 사항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하게 따져야 할 사항이 있다. 명성 있는 재배자나 생산자의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100달러짜리 베렌아우스레제와 200달러짜리 베렌아우스레제는 무엇이 다를까? 포도에 있다. 100달러짜리 베렌아우스레제는 대부분 뮐러 투르가우나 실바너 포도로 만들어지지만, 200달러짜리 베렌아우스레제와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는 라인이나 모젤 지역산이다.
와인의 품질은 다음의 조건을 갖출 때 높아진다.
- 우수 포도원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들 때
- 포도를 적합한 기후에서, 뛰어난 빈티지에서 재배했을 때
- 수확량이 낮은 해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 때
- 훌륭한 와인 메이커의 손을 거쳐 빚어질 때
다음은 주목할 만한 독일의 와인 생산자들이다.
모젤 : 닥터 루젠, 닥터 파울리 베르크바일러, 라이훌트 하트,뭐렌호프, 에곤 뮐러, 슐로스리저, 케셀슈타트,
라인헤센 : 슈트룹, 켈러
라인가우 : 게오르크 브로이어, 로베르트 바일, 슐로스 폴라즈, 케슬러, 요세프 라이츠, 페터 야코프 퀸
팔츠 : 다팅, 닥터 다인하드, 닥터 뷔르클리 볼프, 린겐펠더, 뮐러 카토이르, 바세르만 요르단
독일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런 우수 독일 와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도도 높아졌다. 좀 가벼운 스타일의 트로켄(드라이), 할프트로켄(미디엄 드라이), 카비네트, 심지어 슈페트레제도 아페리티프(식전주)로 마시거나 아주 가벼운 음식과 곁들이기에 무난할 것이다. 구이요리, 특히 양념구이 요리나 캘리포니아식 음식과 함께 먹어도 좋다. 독일 오인을 맛본 적이 없거나 오래전에 맛본 경험이 전부라면 독일 화이트 와인의 진수를 선사해 주는 2010, 2011, 2015년 같은 빈티지를 추천한다.
독일에서 슈페트부르군더로 불리는 피노 누아는 재배 면적이 약 3만 에이커에 이른다. 독일의 와인 메이커들은 예전부터 쭉 레드 와인을 만들어왔지만 최근까지도 그 양이 아주 적었다. 기후 변화로 기온이 오르면서 바덴과 뷔르템베르크 남부 지역의 와인 양조가들은 수년 전에 비해 더 많은 레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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