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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바이블

남미의 와인

by 노자극 2024. 9. 4.

 

 

1. 남미 와인의 기초상식

 

 서반구 대부분 지역이 그렇듯 남미의 와인 양조 역시 16세기에 스페인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비로소 첫발을 떼었다. 신대륙 정복자들과 식민지 개척자들이 키워서 성찬식에 사용할 목적으로 포도나무를 가져왔고 이 포도나무가 교회와 더불어 널리 퍼져나갔다. 

 남미의 다수 국가는 와인 양조의 역사가 수백 년에 이르지만 최근까지는 국내 소비 용도로만 와인을 생산했다. 20세기에는 정치적 격변에 휘말리며 우수한 와인의 생산에 차질이 생겼으나 정세가 안정된 이후 와인 업계 전반이 새로운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제 포도 재배자들은 세계 품종의 적절한 재식 방법과 재배 방식에 이전보다 더 주의를 기울였을 뿐만 아니라 카르네르, 말벡, 타나 같은 상징적 품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40년 사이에 수출 시장이 부상하면서 이곳 남미의 와인 양조가들은 꾸준히 생산 와인의 스타일에 변화를 시도해 왔다. 이 지역의 와인 산업은 급속도의 성장세를 이어왔고 침체의 징후도 전혀 없이 세계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뛰어난 와인들을 대주고 있다.

 

 

2. 칠레의 와인

 

수도 산티아고에서 241km 거리 내의 중부 지역에서는 뛰어난 와인 주조용 포도를 재배하기에 이상적인 지중해성 기후를 띠고 있어, 주간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서늘하며 해양성 바람이 불어온다. 

고봉의 평균 높이가 해발 3962m가 넘는 세계 최장의 산맥인 눈 덮인 장엄한 안데스산맥을 끼고 있어 홍수와 점적관수를 활용해 물 공급의 측면에서 풍족함을 누리고 있다. 

칠레에서는 1551년에 스페인인들이 포도를 재배했고 1555년에 처음으로 와인을 생산했다. 1800년대 중반에 포도원 소유자들이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같은 프랑스의 품종을 들여왔으나, 칠레 와인 수출 시장은 1870년대부터 피지기 시작한 필록세라가 유럽과 미국을 초토화시킨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38년에 정부가 새로 포도밭을 조성하지 못하게 금지하면서 와인 산업의 성장세에 갑자기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이 금지령은 1974년에 이르러서야 철회되었고 그사이에 칠레 와인의 품질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그 후 1979년에 스페인의 와인 명가 토레스가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통 등의 현대 기술을 도입하며 칠레 와인 산업의 현대화를 주도했다. 

1990년대에 들어설 무렵 칠레는 조만간 세계 수준급의 와인 생산지 대열에 들어설 만큼 품질이 향상되었고 레드 와인, 그중에서도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 부문에서의 품질 향상이 두드러졌다. 그 후로 와인 산업은 꾸준히 발을 이어갔지만 칠레가 20년 사이에 일구어낸 변화는 이런 와인의 품질 향상만이 아니다. 이제는 현대식의 향상된 인프라에 힘입어 관광객과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칠레의 와이너리들은 EU의 라벨 표기 요건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서 라벨에 표기된 포도 품종이나 빈티지나 원산지(DO)의 원료를 85%는 사용해야 한다. 현재 칠레의 와인 메이커들에게는 많은 자유를 허용한다. 그 결과 프랑스산 오크통에서의 숙성 같은 옛 전통,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통 등의 신기술, 점적관수 등의 향상된 포도원 관리법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더 뛰어난 와인들이 생산되고 있다. 칠레의 와인 양조 산업은 아직도 배움과 실험을 이어가면서 더욱 발전하고 있으며 15~25달러대의 칠레 레드 와인은 세계 최고 가성비의 와인에 든다.

칠레같이 폭이 좁은 지형의 나라에서 주요 와인 생산지를 나누기란 좀 까다롭다. 칠레를 살펴볼 때는 동서 지역과 남북 지역으로 나누는 것이 가장 좋다. 먼저 동쪽에서 서쪽까지를 서로 다른 깋를 보이는 세 지대로 나눠볼 수 있다. 

 

해안지대 --- 서늘한 기후

중앙 계곡 지대 --- 따뜻한 기후

안데스산맥 지대 --- 서늘하거나 따뜻한 기후

 

남북쪽 기준으로는 다음 지역이 주목할 만하다.

 

라벨 밸리 / 콜차과               마이포 밸리                    카사블랑카 밸리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은 메를로, 시라, 카르네르,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위의 품종 외에 말벡, 카리냥, 피노 누아, 생소가 새롭게 재배되면서 칠레의 풍경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 카르미네르

 칠레는 와인 산업 초창기 당시 보르도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그에 따라 카베르네 소비뇽이 칠레의 가장 대표적인 레드 와인용 품종이 되었다. 한편 칠레인들은 1850년대에 들어서 메를로나 카베르네 프랑 같은 보르도의 다른 품종들도 재배했다. 그런데 1994년에 행해진 한 DNA 분석 결과, 메를로라는 이름으로 재배되어 팔리던 포도 가운데 상당량이 보르도의 또 다른 포도로서 두꺼운 껍질에 단맛이 도는 부드러운 타닌과 낮은 산도가 특징인 카르미네르였다.

하지만 마케팅의 참사라 할 만한 이러한 사태 이후 칠레는 오히려 유리한 정체성을 새로 얻게 되었다. 카르미네르가 칠레의 최고 품종에 들게 되었는가 하면, 세계에서 카르미네르를 단일 품종으로 생산하는 유일한 국가는 여전히 칠레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7년까지도 카르미네르는 와이너리들 사이에서 일관성이 없었다. 대체로 제대로 숙성되지 않아 풋풋하고 강한 풀 내음이 났다. 그런데 10년 사이에 품질이 대폭 향상되었다. 카르네르로 뛰어난 와인을 빚으려면 필요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차지고 배가 잘되는 토양에 포도나무를 심어야 한다.

- 포도나무의 수령이 오래될수록 더 뛰어난 와인으로 빚을 수 있다.

- 늦게 여무는 포도라서 기후 조건이 좋아야 한다.

- 수확기 말이 되면 포도 잎을 떼어 햇을 최대한 쬐도록 한다.

-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시라와 블렌딩하면 더 좋다.

- 과일 풍미, 타닌, 산도가 잘 어우러지게 하려면 최소한 12개월 동안의 오크통 숙성이 필요하다.

 

카르네르는 어릴 때(3~7년)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최상급은 20달러 정도 되며, 지금도 여전히 가성비가 뛰어난 와인이다.

 

다음은 주목할 만한 칠레 와인 생산자들이다.

 

네옌, 데 마르티노, 레이다, 로스 바스코스, 마테틱, 모란데, 몬테스, 미구엘 토레스, 베라몬테, 비냐 산 페드로, 산타 리타, 

산타 카롤리나, 알마비바, 에라수리스, 윌리엄 페브르, 운두라가, 차드윅, 카사 실바, 코노 수르, 콘차 이 토로, 코우시뇨 마쿨

 

3. 아르헨티나의 와인

 

아르헨티나의 와인 전통은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 땅에 처음 포도나무를 심고 재배한 이들은 선교사들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예수회 선교사들이 멘도사와 산후안 북부 지역에서 포도나무를 재배했다. 예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와인은 품질이 좋으면서도 값이 저렴해서 수출은 전혀 하지 않고 국내에서 소비되었다. 그러나 20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 중 한 가지는 새로운 타자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금전적 투자만이 아니라 세계적 명성을 지닌 전문가들이 포도원과 와이너리를 소유하는 식의 개인적 투자까지 활발하다.

남미 대륙에서 두 번째 큰 나라인 아르헨티나는 레드 와인용 포도를 재배하기에 기후 조건과 토양이 뛰어나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연간 일조일이 300일이고 연간 강우량이 약 20cm에 불과한 여건에서 포도원에 물을 대기 위해 수로와 댐으로 정교한 관개망을 구축해 놓았다. 다음은 남북부 지대에서 가장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와 최우수 와인들이다.

  와인 생산지 포도 품종
북부 지역 살타
카피야테
토론테스 리오하노, 카베르네 소비뇽
말벡, 카베르네 소비뇽, 타나, 토론테스 리오하노
쿠요 멘도사
우코 밸리
말벡, 템프라니요, 카베르네 소비뇽
세미용, 말벡
파타고니아 산후안
리오네그로
네우켄
보나르다, 시라
피노 누아, 토론테스 리오하노
소비뇽 블랑, 메를로, 피노 누아, 말벡

 

50만 에이커의 면적에 이르는 아르헨티나 포도원들의 70% 이상이 멘도사에 몰려 있지만 위의 7개 지역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곳은 살타다.

아르헨티나의 품종명 포기 와인은 모두 라벨에 표기된 포도 100%로 빚어진다.

 

아르헨티나는 외국인들이 상당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에이커당 3만 달러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닐 테지만, 최근에 유력한 기업들 다수가 아르헨티나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연간 국내 소비량이 뚝 떨어졌다. 75리터 이상이던 연간 1인당 와인 소비량이 30리터로 줄었다. 한편 아르헨티나 대불황기(1998~2002)에 페소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의 수익성이 더 높아졌다. 마침 외국인 투자와 와인 양조 컨설턴트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아르헨티나가 수출 시장으로 들어서기에도 타이밍이 들어맞았을 뿐만 아니라 말벡 포도 품종 덕분에 아르헨티나 와인만의 독자성이 부여되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남미 대륙에서 최대의 와인 생산국으로 올라섰고 전 세계적으로도 5위 규모이고 와인 소비국 순위에서도 세계 6위다. 아직도 포도나무 재배에 적절한 땅이 수천 에이커라 새로운 와인과 와인 산지가 출현할 만한 유망 생산지이며 여전히 생산 와인의 가격 대비 품질이 세계 최고다. 앞으로 20년 동안 더 다양하고 더 우수한 와인이 생산될 것이다. 

 

다음은 주목할만 한 아르헨티나 와인 생산자들이다.

 

루이기 보스카, 루카, 마테르비니, 멘델, 발 데 플로레스, 보데가 노르톤, 보데가 노에미아 드 파타고니아, 비냐 코보스, 슈발 데 안데스, 수잔나 발보, 알타 비스타, 웨이네르트, 카이켄, 테라사스, 트라피체, 핀카 소페니아, 클로 드 로 시에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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